KAIST-한국파스퇴르연구소, 가상 스크리닝 기술 도입
항암제로 임상 중인 후보 약물 3종 발굴
국내 연구진이 기존 약물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구 치료제로 쓸 수 있는 후보 약물을 찾아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은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와 한국파스퇴르연구소 김승택 박사 공동연구팀이 약물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이 있는 경구용 약물 3종을 찾았다고 8일 밝혔다. 현재 항암제로 임상 중인 오미팔리십(omipalisib), 티피파닙(tipifarnib), 에모딘(emodin)이다.
연구팀은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이용한 약물 재창출 전략을 수립했다. 약물 재창출은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약물이나 임상 진행 중인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FDA 승인 약물 또는 임상 진행 중인 약물을 데이터베이스에서 수립해 6,218종의 약물 가상 라이브러리를 구축했으며 여기에 새로 개발한 컴퓨터 기반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도입했다.
기존 도킹 시뮬레이션 기반 가상 스크리닝 기술은 높은 위양성률(false positive rate)로 인해 유효물질 도출 비율(hit rate)이 낮다. 이에 연구팀은 구조 유사도 분석 모듈과 상호작용 유사도 분석 모듈을 도킹 전후에 도입해 가상 스크리닝의 정확도를 높였다.
또한 바이러스 치료제로 주로 사용되는 핵산 유사체(nucleotide analogues) 기반 전구약물(prodrug)의 활성형 구조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약물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제공: KAIST)연구팀은 가상 스크리닝 플랫폼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복제와 증식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 가수분해 효소(3CL hydrolase, Mpro)를 저해하는 후보 화합물 15종과 RNA 중합효소(RNA-dependent RNA polymerase, RdRp) 저해 후보 화합물 23종으로 선별했다.
이어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생물안전 3등급(BSL-3) 실험실에서 선별된 약물 38종에 대한 약효를 검증했다.
먼저 SARS-CoV-2를 감염시킨 원숭이 신장세포(Vero cell)를 이용한 시험관 내(in vitro) 실험을 수행한 결과, 38종 중 7종의 약물에서 항바이러스 활성이 확인됐다.
그리고 검증된 7종에 대해 인간 폐 세포(Calu-3 cell)에서 추가적인 검증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3종의 약물에서 항바이러스 활성이 확인됐다.
이렇게 찾아낸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약물은 암 및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으로 임상이 진행 중인 오미팔리십(omipalisib), 암 및 조로증(progeria)으로 임상이 진행 중인 티피파닙(tipifarnib), 식물 추출물로써 항암제로 임상이 진행 중인 에모딘(emodin)이다.
특히 오미팔리십은 현재 코로나19 표준 치료제인 렘데시비르 대비 항바이러스 활성이 200배 이상 높았으며, 티피파닙은 렘데시비르와 유사한 수준으로 항바이러스 활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전임상시험 단계에서 후보 약물 중 하나에서 약물 독성이 나타나 이를 최소화하면서 치료 유효 농도에 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약물 농도를 찾기 위해 추가적인 전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나머지 후보 약물들에 대해서도 전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예측 성능이 우수한 약물 가상 스크리닝 플랫폼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유망한 후보물질을 단기간에 발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상엽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신종 바이러스 출현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마련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이를 통해 향후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유사한 바이러스나 신종 바이러스 출현 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KAIST 코로나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가 담긴 논문 ‘Drugs repurposed for COVID-19 by virtual screening of 6,218 drugs and cell-based assay’는 국제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7일자로 온라인에 게재됐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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