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아시아 무대에서 2위, 은메달. 엄청난 성과다. 박수받을 일이다. 그 누구도 1위를 하지 못했다고,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단, 하나의 '전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최선을 다했다는 것.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박수받을 수 있다. 그러지 않았다면 축하받지 못하는 은메달이 된다. 아시아 2위에 올랐지만 은메달의 가치는 깊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남자 3000m 계주에서 이런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 최인호, 최광호, 정철원으로 이루어진 한국 남자 롤러스케이트 대표팀은 은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들은 영웅이 아니었다. 국민은 분노했다. 하나의 전제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마지막 바퀴까지 선두를 달리던 한국. 마지막 주자인 정철원은 결승선에 통과하기 직전 우승을 확신했다.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금메달 세리머니를 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대만의 황유린을 보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왼발을 쭉 내밀었다. 결과는 대만의 승리. 0.01초 차.
우승 세리머니가 그렇게 급했는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기대했는가. 그 섣부른 세리머니만 아니었어도 금메달은 한국 대표팀의 목에 걸렸을 것이다.
정철원은 사과했다. 그렇지만 국민의 분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국민이 분노하는 건, 상처를 받은 건, 금메달을 따지 못해서가 아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정신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태극마크의 가치와 무게감도 떨어졌다. 국가대표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됐다. 국위선양을 위한 무대에서 국가적 망신을 당한 것이다. 기본 중의 기본인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것조차 망각한 이들에게 국가대표의 자격이 있을까. 세계적인 대회에서 이렇게 황당한 은메달은 역사상 처음인 것 같다.
얼마나 자만했으면, 얼마나 여유를 부렸으면, 얼마나 상대를 무시했으면. 너무나 부끄러운 은메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