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글)고깃집 알바를 함.
여기 손님들이 주로 직장인임.
팀원이나, 아님 각각의 직장, 직무별로 다양한 모임을 갖는데, 이 사람들 고기를 구워주면서 나누는 대화를 유심히 엿듣는편인데 좀 재밌음.

1. 마케팅/홍보
얘네들은 걱정이 ㅈㄴ 많음. 신세한탄도 곁들이는데 사실 잘들어보면 자기자랑이 태반임.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할 줄 모른다. 이걸 앞으로 얼마나 해야할지 겁난다. 공부해야하는데 하기 싫다. 주로 이런 내용임.

2. 개발자
개ㅆ노잼. 고기 구우러 다가가면 갑자기 대화 멈춤. 아무말도 안하고 핸폰만 만짐. 옆테이블 고기구우며 그 테이블 보면 간간히 나누는 개노잼임. 어? 왜 이제왔어. 응 에러나서 고치고 왔어. 어디갈거야? 토스 가고 싶어. 거기 얼마준대. 이딴 소리만 함. 얘네들 오면 진짜 그쪽 테이블로 가기가 싫음.

3. CEO
얘네들 대화는 진짜 진지하고 엄숙한데 계속 일얘기만 함. 어디어디 바우처들어간다. 컨소시엄으로 얼마 투자 받는다. CFO 소개 좀 해달라 이런 얘기를 나누는데 얘네들은 옆에서 고기를 굽던, 반찬 리필을 해주건 알바는 1도 신경도 안 쓰고 얘기함. 알바가 이것 좀 치워주세요 해도 듣지도 않음. 집중력이 좋다는게 아니라 상대방한테 온 에너지를 쏟는 느낌?

4. 영업
정유사, 철강회사 쪽 애들이 많이 오는데, 얘네들은 진짜 엘리트 같음. 일반 대리점 영업이 아니라 보통 외국인 바이어를 델고 와서 얘기한단 말임? 한 사람이 영어랑, 프랑스어를 왔다갔다 얘기하는데 좀 놀랐음. 근데 술은 엄청 마심. 한 사람당 3병 이상은 먹는듯. 근데 얘네들은 쫌 짜증나는게 2차를 안가고 4시간은 앉아있어서 가게엔 민폐임.

5. 스타텁
얘네들은 진짜 개시끄러움. 비글ㅅ기 마냥 저마다 왈왈 짖어대는데 고막 떨어짐. 바라는것도 ㅈㄴ 많아서 고기를 굽질 못하겠음. 불이세서 고기 굽는데 집중해야하는데 콜라갖다달라 냉면 갖다달라 이거 다 빼고 이거 갖다달라 진짜... 얘네들은 이 버릇 땜에 맨날 탄고기만 먹음.
한 놈이 총대메고 주문을 싹 정리해서 말하면 될걸 죄다 각개전투임. 4테이블을 잡으면 한테이블 중간 짬이 4개 테이블 목살 2인분씩 깔아주세요 해도 나머지 3개 테이블에서는 삼겹살, 항정살 따로 따로 다 시키다보니 주문 충돌이 자꾸 생김. 주문이 겹쳐서 4명 테이블에서 한번에 8인분 굽는 일도 비일비재함.

6. 은행원
얘네들은 진짜 소름임. 머리좋고 돈잘버는 애들 치고는 대화수준이 저질임. 남녀 똑같음. 죄다 여자얘기, 남자얘기임. 내가 고기 굽고 있는 중에도 지들 바람핀 얘기도 서슴없이 얘기함. 고깃집 알바하면서 내가 제일 확 깬 직업임.

7. 간호사
와 얘네들은 진짜 성괴 투성이임. 근데 대화를 들어보면 여우들 다 모아놓은듯. 언니언니 하면서 친한척은 다 떨다가 한 친구 담배피러 나가면 젓가락 던지면서 ㅅㅍ 우리끼리 딴데 갈까? 하는 애도 봤고, 꼭 한 친구는 술먹다가 울더라. 얘네들도 짜증남.

8. 방송관련
얘네들은 진짜 고기를 미친듯이 먹더라. 술도 잘먹는데 한번 먹는 양이 장난없음. 법카로 먹는지 다들 비싼부위만 시켜먹는데 은근 대화내용은 유쾌하고 잼씀. 일 얘기는 안하고 저마다 에피소드 풀어내는거 듣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게 됨. 내가 웃는거 알아채면 그때부터 나를 대화에 끌여들여서 잼게 떠듦.

9. 회계사
얘네들 진짜 하...보통 회계사끼리 오는 경우는 드물고 회계사 친구가 지들 친구들한테 쏘는 자리가 많은데 회계사는 죽겠다. 돈은 버는데 쓸 시간이 없다가 고정 레파토리고 친구들은 얘 똥꼬 빠는게 일상임. 아무리 얻어먹는다지만 친구들은 와 대단하다. 너니까 이걸 하는거지 하면서 아부함. 회계사는 이런 상황을 즐기는지, 아님 늘 겪는 일상인지 심각한 표정으로 자기 힘든거 계속 어필함.

10. 의사
얘네들도 줘 패고 싶더라. 슬의생은 의사 중에 ㅆ인싸 비글들만 모아둔거고 의사 얘네들은 밥먹는 시간 내내 논문 얘기만 함. 레알 핵노잼. 그래도 얘네들은 뒷담화를 안하고 대화는 깔끔하더라. 오히려 ㅇㅇ 선생 대단하다, ㅇㅇ(영어)로는 필드에서 유명하다 며 자리에 없는 사람 칭찬을 많이 하던데 이건 좀 본받을 만 하더라.

11. 교수
얘네들 진짜 노답임. 얘네들은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지 열과 성을 내가며 누군가를 씹더라. 후배, 제자 칭찬 이야기는 1도 없고 타 교수 씹어대는거 진짜 심하더라. 논문, 연구 이야기는 아닌거 같고 누가 평소에 인사 안한다, 전화 안한다 그런 관계적인 문제로 많이 떠들더라.

12. 예술인
ㅋㅋㅋ 주로 무용단, 악기다루는 애들이 공연끝나고 단체로 오는데 얘네들 대화는 지들 이야기는 쏙 빼고 남친자랑 남편자랑, 와이프자랑만 함.

13. 무슨 일하는지 모르는 중년 직장인 아저씨.
축구 얘기 20퍼에 자기 자식 얘기 50퍼, 자기 포함 주변 사람 건강 이야기가 30퍼임.

14. 신입들 모임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연봉 자랑하는데 와 얘네들 말이 사실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oecd 1위임. 근데 진짜 지들끼리 웃고 떠들고 재밌게 놀더라.
가끔 얘네들 자랑질에 고기 굽다가 짜증나고 귀찮으면 초벌 정도만 해주고 여기서 딱 3분 정도만 골고루 익혀서 드세요 하고 빠지는데 그럼 호박돌에 붙어있는 홍합떼 마냥 입모아서 감사합니다!!하고 순진무구하게 대답하거든 그러면 따봉 올려주고 다른 테이블 보러가면 됨.

15. 배달부
은근 배달부끼리 밤에 고기먹으러 많이 옴. 얘네들 대화수준은 진짜 그 수준임. 죄다 문신돼지들인데 지들이 돈 좀 번다고 으스대는 꼴 진짜 같잖음. 고기 굽는 나 들으라고 그러는지 , 얼마찍혔어? 600, 접때 어디갔는데 거기 여자들 이쁘더라. 어디어디 단속심하다. 이거 마시고 어디가자 이런 얘기 많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