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미국 정부는 이중국적자 등 미국인의 통행을 허용하기로 이집트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집트 당국은 오히려 가자지구와의 국경을 따라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고 임시 시멘트 장벽까지 설치하고 있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피란이 이들의 영구적인 이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 장관은 CNN에 “이집트 정부는 라파 통로를 공식적으로 열어뒀다”면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가자지구 쪽에서 라파 통로로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로 통하는 북부의 에레즈 검문소와 이집트로 통하는 남부의 라파 검문소 두 곳을 통해서만 밖으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두 검문소 모두 닫혀 있어 가자지구 주민들은 ‘대피명령’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대피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부는 아예 대피를 포기하기도 했다. 아흐메드 오칼은 “몹시 두렵지만 남쪽으로 가는 길에 아내와 아이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는 없다”면서 “차라리 살던 집에서 죽겠다”고 말했다. 대피에 나섰다가 곳곳에서 이어지는 공습으로 인해 다시 발길을 돌린 이들도 있었다.
일주일째 이어진 폭격으로 인해 이미 극심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놓인 가자시티의 알쿠드스 병원 역시 시설을 폐쇄하고 대피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 중환자들을 비롯해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들, 어린이 환자 등을 이동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이스라엘의 대피령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환자에 대한 사실상 “사형 선고”와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도 “인류와 의료에 대한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역시 100만명이 넘는 인구가 24시간 안에 대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스라엘이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대피 기한을 14일에 6시간 연장한데 이어 15일 추가로 3시간 연장하는데 그쳤다.